[산나비 리뷰] 우리는 엉엉 우는 부엉이오, 질질 짜는 범이다
플레이 기간: 231216~240107. 8시간. 1회차. 진엔딩 달성 완료.
평점: 9/10
한줄평: 플레이하면서 울었던 게임.
1. 화려하고 깊이감 있는 액션
게임이 추구해야하는 올바른 액션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숙달이 쉬우면서도, 숙련도에 따른 전투의 깊이감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전투 자체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투를 재밌게 하는 것에는 타격감을 줄 수 있는 적절한 모션과 사운드가 있을 것이다.
'산나비'는 사슬팔을 이용한 액션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전투에 근접했다. 초반에는 사슬팔을 이용하는 데에 어색함이 있을지도 모르나, 훈련장과 기억을 통한 일종의 튜토리얼, 그리고 적절한 정도로 상승하는 전투 난이도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전투 방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그리고 재미있게 숙달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마지막, 딸 마리를 찾아가는 부분에서는 게임의 시작 맵부터 마지막 맵까지 차례로 지나가는데, 이는 스토리적인 완성도를 더할 뿐만 아니라, 같은 맵에서 진행되는 더 어려워진 전투 속에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게이머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피드백은 게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성취감을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2. 스토리
이토록 완성도 높은 액션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스토리다. 스토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치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김치찌개 같다.
초반에는 흔한 클리셰를 사용하며 게임의 주인공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산나비라는 조직에 의해 죽은 딸. 그 딸의 복수를 위해 살인귀가 된 아빠. 아빠의 입장에서 산나비를 맹목적으로 찾는 초반 진행은 전형적인 클리셰로 초반 몰입을 돕는다. 이후 금마리에 의해 던져지는 단서들은 후반으로 갈수록 퍼즐처럼 맞춰지며 플레이어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딸을 잃은 아빠와 아빠를 잃은 딸이 모험을 겪으며 서로 상실의 아픔을 떨쳐낼 것처럼 느껴지는 초반 스토리는 점차 마고 기업의 목적과 금마리의 ‘진짜 목적’으로 좁혀진다. 그리고 극초반부터 깔아놓았던 단서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진실에 다다를 때쯤 알게 되는 비극에 따른 감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단서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고 적절할 뿐만 아니라, 지나쳤던 자그마한 사건들이 감동의 실마리가 되는 점이 스토리에 완성도를 더한다. 예를 들면, 하모니카가 있겠다. 하모니카는 초반 금마리가 아빠를 그리워하며 주인공에게 불어달라고 하지만, 주인공은 불지 못한다. 이후 하모니카에 대해 금마리는 주인공에게 ‘사실 불 줄 알잖아!’라며 화를 낸다. 이때의 주인공은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하모니카 연주곡의 제목이 바로 산나비였고, 둘의 아내/엄마가 만든 곡이었다. 그것은 이후 둘의 재회에서 연주되며 금마리가 주인공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사소한 사건에 의미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쌓여가는 스토리 전개는 아주 교과서적인 스토리 전개이다. 스토리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중요한 건 끝까지 가는 게 아니야”) 역시 이러한 방식을 통해 결말에 다다라 작품의 큰 주제를 던진다.
이 작품은 상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딸을 잃은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빠, 아빠를 잃은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현실 속에서 차마 살아갈 자신 없는 둘은 지옥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 금마리는 엄마의 말, 그리고 내내 주인공의 머릿속을 맴돌던 말(“중요한 건 끝까지 가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통해 부모님을 잃은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모든 만남은 끝이 있기에 소중한 것이라는 엄마의 말.
모두에게 공평하게 끝이 있다면, 중요한 것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아빠의 말.
그 말은 상실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우리라면 어떠한 만남을 떠올리든 가슴을 울릴 수밖에 없는 말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그러나 헤어지기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은 단지 상실에 대한 순응만이 아니다. 상실을 소중함에 대한 이유로 삼는 것이다. 그것은 겪을 수밖에 없는 상실을 마주 볼 수 있게 해주는 말이고, 더 나아가 상실을 넘어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말일 테다.
3. 엔딩 이후
1회차에서 진엔딩을 봤기 때문에 다시 플레이하고자 하는 욕구는 적다. 처음부터 하드 모드로 했기도 하고, 스토리를 이미 다 본 시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스토리를 보고싶은 욕구도 없다. 2회차 견인 요인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값어치를 하기에는 충분한 게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