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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리뷰] 명작, 그러나 남는 아쉬움

by 으무무 2024. 5. 10.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플레이 기간: 24년 1월 중반~. 약 1달. 1회차. 완성도 80% 가량
평점: 8/10
한줄평: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 후속작으로써 무난하지만, 1편을 뛰어넘는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한줄 평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나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이미 플레이해봤으며, 그 게임으로부터 큰 감명을 받았기도 하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오픈월드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작이었다. 전작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후속작으로서 발표된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리뷰에 앞서 말하자면, 게임 자체로는 분명 좋은 게임이지만, 전작의 훌륭함 떄문에 저평가 받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1. 배신하지 않는 젤다 시리즈의 오픈월드

 이 게임은 전작에서 보였던 자유로운 오픈월드의 세계를 다시 보여준다. 실제 세계를 옮겨놓은 것처럼,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은 그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으로 보답받는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통해 게임에 이입할 수 있다. 이 게임 엔진을 더욱 활용하는 사당과 맵 곳곳에 숨어있는 코로그 퍼즐은 오픈월드에 낯선 사람이더라도 쉽게 오픈월드의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선택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에서 오는 호기심과 재미는 분명 젤다 시리즈의 독보적인 재미일 것이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전작의 물리엔진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임이 그 자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작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결과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이에 대해 두 가지 새로운 컨텐츠를 제공한다. 첫 번째는 확장된 맵, 그리고 두 번째는 크래프팅 시스템이다.

 

 

2. 반복되었을 뿐인 맵

 전작과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선 오픈월드의 근간이 되는 맵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아예 새로운 대륙을 배경으로 맵을 새로 만드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이 게임이 선택한 방법은 지하 맵과 하늘 맵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이 게임은 전작과 같은 하이랄 왕국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전작과 지상맵을 공유한다. 시기적으로는 전작의 몇 년 뒤의 미래를 다루기 때문에, 그동안 재건된 하이랄 왕국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맵이 반복된다는 것은 맵을 탐험하는 재미를 주요 컨텐츠로 하는 오픈월드 특성상 큰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이에 따라 지하 맵과 하늘 맵을 추가하였다.

 

 그러나 추가된 두 지역 역시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이다. 지하 맵은 지상 맵을 반복일 뿐이다. 하늘 맵은 범위도 그리 크지 않고, 평균적으로 2개 정도의 기믹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추가된 사당 역할을 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큰 아쉬움을 남겼던 것은 지하 맵이었다. 지상과 똑같은 지형을 가지고, 더 강한 몬스터와 제한된 시야를 통해 불편함만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파밍이 주는 이점이 존재하긴 했지만, 제한된 시야를 뚫고 나아갔을 때 기대할 수 있을 새로운 탐험이 지하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임 초반에는 지하를 탐험하는 설렘이 있었지만, 지상과 맵이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지하를 탐험하는 것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결국 지하 맵을 모두 밝히는 것을 포기하고 엔딩을 보게 되었을 정도로, 지하 맵은 젤다의 전설이 기존에 추구하던, ‘탐험의 재미를 모두 잃은, 실패한 맵이라고 생각한다.

 

 

3. 완성도 높은 크래프팅 시스템

 이 게임이 제시한 전작과의 주요한 차별성은 바로 크래프팅시스템이다. 이 새로운 능력은 오픈월드에서 놀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을 제공한다. 정해져 있는 도구를 그대로 써야 했던 전작과 달리, 이 게임은 세계에 널려있는 거의 모든 재료를 합치거나 회로를 제작하여 무기, 탈 것, 자동 포탑 등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의 과제도 있다. 첫 번째로, 크래프팅 시스템이 플레이어 친화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활용도가 높아야 한다. 크래프팅을 적극적으로 할 동기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 과부하를 일으킬 수 있는 크래프팅 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이 게임의 크래프팅 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젤다 시리즈가 추구하는 오픈월드의 자유를 강조하기 위해선 크래프팅 시스템의 난이도가 필연적으로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이 게임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우선 첫 번째로, 설계도 시스템이다. 지하에서 얻을 수 있는 설계도는 특정 크래프팅 설계도를 제공한다. 또한 플레이어가 자주 사용하는 창작물을 저장해 언제든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 다양한 퀘스트와 사당, 코르그 퍼즐 속에 크래프팅 시스템을 적절히 녹아냈다. 단순히 크래프팅 시스템을 활용해야지만 해당 과제를 풀이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초반에는 플레이어에게 적절한 예시를 제공하고, 이를 실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된 과제들은 자연스럽게 유저가 크래프팅 시스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세 번째, 적절한 활용에 따른 적절한 피드백이다. 크래프팅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서, 크래프팅을 활용하면 플레이어의 이동 범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맵을 탐험하는 것이 주요한 재미 요소이기 때문에, 이것은 크래프팅을 활용하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크래프팅 시스템을 뒷받히는 하드웨어, 혹은 소프트웨어다. 내가 플레이한 닌텐도는 스위치 OLED 모델이었다. 그러나 이 기기에서조차 크래프팅 시스템을 사용하면 버벅이는 현상이 자주 일어났다. 이는 명백히 최적화 실패, 혹은 스위치의 특성상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4. 변화된 전투의 지향점

 특징적이었던 점은, 이 게임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전투의 지향점과 달라진 점이 보였다는 것이다. 전작의 모든 보스전은 기믹전투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스펙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모든 보스전을 깰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점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자유라는 특성을 부각하였고, 나는 이것이 젤다 시리즈가 지향하는 전투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달라진 지향점을 보여준다. 바로 전투 그 자체로써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두드러진다.

 첫 번째, 동료의 전투 참여이다. 동료들이 전투에 참여하여 나와 함께 싸우는 경험은 전투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동료 AI의 부족함, 그리고 싸우고 있는 동료에게 말을 걸어야만 해당 동료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불편하다. 그러나 혼자서만 해오던 게임 세계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 싸우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었다.

 두 번째, 전투 실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최종 보스, 가논과의 전투이다. 가논과의 전투에서는 동료의 능력을 전혀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가논과 11로 싸우는 방법 밖에 없다. 웬만한 강한 무기로도 가논을 쉽게 쓰러트릴 수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필연적으로 본인이 여태까지 쌓아온 전투 스킬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가논의 모든 공격은 최대 체력을 깎기 때문에 서서히 줄어드는 체력에 대한 압박을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가논을 마주했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오는 압박감은 여태까지 젤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전투의 스릴을 느끼게 해주었다. 라이넬이라는 몬스터가 주던 전투 경험과 비슷하다. 다만, 여태까지의 메인 퀘스트 보스들은 모두 기믹보스인데 비해, 가논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보스라는 사실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부분이었지만, 이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불호가 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5. 총평

 개인적인 플레이 경험을 더 이야기 하자면, 나는 실수로 동선을 잘못 잡아 설계도도 후반에 얻었고, 최종보스인 가논도 길을 착각하는 바람에 마지막 현자(동료)를 얻기도 전에 가논을 쓰러트리고 말았다. 물론 엔딩 이후 마지막 현자를 얻긴 했지만, 피로도 때문에 지하 맵을 모두 밝히지는 않은 채 게임을 끝내게 되었다.

 

 이 게임은 내게 무척이나 아쉬운 게임이다. 전작과 비교되는 단점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변주를 주고자 한 시도가 눈에 보이지만, 그것이 더 뛰어난 완성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크래프팅 시스템을 그만큼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은 대단하지만, 전작의 전반적인 완성도와 비교하자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차라리 전작을 몰랐던 상태에서 이 게임을 진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명작이라고 느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작을 통해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의 후속작에 따르는 아쉬움과 불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